일이 있었는데, 갑자기 취소가 되었다. 한달전부터 계속 올라오는 곱슬기에 머리하러 가야지 생각만 하고 막상 가질 못했는데, 담당하는 부원장님의 친절한 문자에 진짜 머리하러 가야할 때가 되었구나 싶어 잽싸게 다녀왔다.

나는 모질이 굉장히 두껍고 튼튼한 마치 철사같은 느낌이라 미용실에 갈때마다 애를 먹었기 때문에 좋은 미용실, 잘하는 미용실을 찾아가야했다. 홍대, 연남, 집에서 가까우면서 입소문을 탄 미용실부터 1인 미용실까지 몇번의 도전을 하다가 어느 순간 굳이굳이 머리하러 지하철 타고 가는 거도 귀찮아서 그냥 집근처의 프랜차이즈 미용실을 찾게 되었다. 크고 분점이 많으며 비싼곳은 이유가 있다. 마치 비싼 햄버거를 먹다가도 맥도날드로 향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정착한지는 4년정도 되었고, 나를 담당하던 디자이너분은 부원장이 되었다.
나는 머리를 할때 보통 3시간에서 3시간 반정도 잡고 간다. 꾸준한 매직으로 머리 아래가 많이 푸석푸석해져서 케어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무슨 케어인지 모른다.. 디자이너 믿고 가는거다.. 딱히 문제가 있었던 적이 없엇기에.. 늘 별 생각 없이 받던 서비스도 어제 유독 에너지가 좋았던 탓일까 평소라면 귀찮았을 견습생의 질문에 갑자기 내 머리의 역사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녀는 내게 몇살부터 매직을 했냐고 물어봤는데, 생각해보니 근 20년동안 머리 매직을 한게 아니던가..! 그 사실을 깨닫고 엄청 놀랐음.
나는 11살-12살 그러니까 초등학교 4-5학년때부터 혼자 머리를 감았던거 같은데, 그때 당시에 우리집에는 샴푸와 린스가 함께 있었다. 아마 도브였던거 같은데, 통의 색만 다르고 디자인과 용량이 똑같아서 나는 둘다 머리 감는 거라고 착각을 하고 린스로만 머리를 감았었다. 머리에는 늘 좋은 향이 났으니 잘못 감았다는 의심의 여지는 없었다. 아마 반팔인 기억이 있는걸 보니, 때는 여름이었을텐데.. 날은 더웠고, 땀은 자주 흘리고 피지는 쌓엿을테니 머리가 멀정할리가 없었다. 결국 내 머리에는 '이'가 생겼다...! 첨에는 아무것도 몰랐다. 저녁을 먹고 과일을 나눠먹다가 엄마가 내 머리에 이상함을 느끼고 기함하기 전까지는...!
엄마는 머리를 박박 감기면서 온갖 짜증을 냈었는데, 뭐.. 머릿니라는 건 굉장히 질겨서 쉬이 사라지는 존재가 아니었다. 머리를 감기고 태워죽여야한다면서 뜨거운 드라이기로 오랜시간 말리고 했으나.. 뭐 그게 일주일만에 사라지는 애는 아니었고 결국 미용실까지 데려가서 방법을 물어봤는데 그때 원장님이 스트레이트 펌으로 머리를 한번 태워야하지 않겠냐고 제안을 했었다 그게 나의 첫 스트레이트 펌이었다..!
나는 유치원때 엄마가 관리가 귀찮다며 뽀글머리는 파마를 시켜준적이 있는데 지금도 그렇고 그때도 그렇고 파마 머리를 안좋아한다. 베이비펌이 되었든 히피펌이 되었든 나는 곱슬거리고 부스스한 머리를 별로 안좋아한다. 그냥 나의 취향이다. 부스스하고 빠글빠글한 머리는 촌스러운 내 얼굴을 더 촌스럽게 보이게 하는 것 같았다. 윤이나는 생머리를 처음 가져본 나는 매직없이 살수 없게 된것이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10대부터 20대까지 나는 숏컷을 고수했다. 긴머리카락이 방구석을 굴러다니는 걸 보지 못하는 엄마의 깔끔함도 있었지만 긴머리들 속에서 짧은머리로라도 눈에 띄고 싶어했던 나의 관종력이 발휘된 것이 아닐까, 지금 회상해보면 그런 거 같다. (그리고 머리 감고 말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진심 너무 편함)
그러나. 숏컷은 주기적으로 잘라줘야하고, 올라오는 뿌리가 아래 머리보다 길어지면 방방뜨고 뻗치고.. 직업을 바꾸면서 1년에 3-4번갈수있었던 미용실이 한번도 가기 힘들어지며, 나는 머리를 기르게 되었고.. 지금은 날개뼈까지 오는 머리길이를 유지하고 1년에 2번정도 미용실을 가는 루틴이 잡혔다. 시간이 갈수록 그냥 단정하고 적당한 길이의 머리가 제일 나은 것 같다는 결론. 더 나이를 먹으면 나는 내 머리를 어떻게 하고 싶어할까. 요즘은 새치가 너무 많이 보인다. 염색을 해야할까? 그냥 내버려둘까?, 아직은 내버려두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