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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엥 갑자기 묵호

밍MING밍 2025. 10. 19. 22:01

 

 

1. 난 사실 굉장한 집순이다. 여행? 익숙한 공간을 떠나서 굳이 왜 고생을 사서하나? 여행의 재미와 의미는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덕분에 해외여행 경험은 가족과 했던 일본과 방콕이 전부인 나. 근데 그런 내가 올해는 세번이나 여행을? 스스로가 변하고 있구나, 새삼 생각함.

 

2. 가게된 경위는 굉장히 단순하고 즉흥적이었다. 나와 함께 놀던 친구와 애인은 둘다 일을 시작해서 나 혼자 놀아야만 하는 상황. 바다라도 보러다녀올까? 생각했는데, 인스타그램에 묵호바이럴이 뜬 것이다. 오? 나쁘지 않아. 바다도 보고 드라이브도 하고 아이디어는 즉흥적으로 잘만 짜내는 나는 이번에도 할까말까 이럴까 저럴까 고민만 굼뜨게 했던 것. 그러다 냅다 갑자기 프로젝트에 끌려가서 묵호여행 계획은 잊혀지는 줄 알았으나... 일이라는 게 어찌 되었든 끝이 있지 않습니까? 혹사를 당한 나는 어딘가 씻어버리고 싶은 기분을 느낀구야... 같이 고생한 아이들에게 넌지시 물어보니 다들 냉큼 오케이 했길래 여행 확정 땅땅.

KTX 묵호역

 

3. 원래는 운전을 해서 가려고 했는데, 우리가 몇번 술을 마셔보니 1박 2일 일정에 한 사람이 너무 고생하는 거 같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라서 기차를 타고 가기로 결정. 하지만 1박 2일 일정이라면 그냥 차를 가져가는 게 맞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여러분. 일단 묵호는 기차편이 별로 없고, 오후-저녁시간은 매진이라서 우린 다음날 저녁 9시 40분 기차를 예매했는데, 묵호는 굉장히 작은 동네고... 다 일찍 닫아요... 저녁에 할 게 없음... 당일치기 계획이라면 기차 추천드림. 근데 기차가 2시간 반정도 걸리는데, 이상하게 부산갈때와 다르게 좀 오래걸리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모, 편하게 다녀왔으니까 할말은 없음^^! 그리고 우리는 출발 시간이 늦었었다. 3시 기차타고 내리니까 오후 5시 반 정도였음. 애초에 첫날은 숙소에서 맛있는거나 먹고 술이나 마실 계획이었기 때문에 별 생각없이 내려옴. 추석 직전이었는데, 날씨가 참 좋았다.

 

카라멜스테이션 귀여운 방키와 복도 그리고 방

 

 

4. 숙소는 유명한 카멜스테이션을 잡았다. 묵호 숙소 치면 제일 위에뜨기도하고, 인스타에도 많이 뜨는 곳이라서 아무 고민없이 픽했음. 오래된 여관을 리모델링해서 지은 모텔 겸 카페라고 하는데, 가격도 괜찮았음. 묵호역에서 7분정도 걸어가면 되는 거리에 위치해 있고, 주변에 다이소랑 마트도 위치해있다, 주변에 시장도 있고, 위치적 우위에 있는 숙박시설이라고 생각함. 다만 바다를 보러가려면 상대적으로 거리가 있다는 점. 그리고 창밖뷰가 예쁘지 않음 블라인드로 다 쳐져있다. 그래도 방안 자체가 예뻐서 굳이 창밖뷰까지 생각하지 않았음. 우리는 302호 스위트홈을 예약했다. 사람이 세명이기에.. 찾아보니까 혼자 묵는 방에 귀신나온다는 썰도 있던데, 우린 아주 잘잤음. 침대가 아주 괜찮았다. 사진을 찍는 걸 깜빡했는데, 1층에 와인도 판다. 6시 이후면 카페가 닫아서 1층에 사람이 없는데 우리는 주인한테 연락해서 계좌이체로 결제하고 와인 한병 사먹었음. 혹시 가실 분들은 참고 하십셔. 

 

동북횟집에서 먹은 메뉴들 다 대존맛잇었음 역시 바다의 도시

 

5. 점심도 대충 먹고 출발한 우리는 너무 배고파서 체크인 하자마자 저녁 타령을 시작함, 계획은 회센터타운(?)에서 회떠서 술마시면서 저녁을 보내는 거였는데, 냅다 다른 식당을 찾은 한 아이 덕분에 바로 식사를 때려버림. 우리는 택시를 타고 '동북횟집'이라는 곳을 갔고, 저녁을 먹으면서 회를 포장해 들어가기로 했다. 회덮밥과 대구탕, 그리고 숙성회 중자를 시켰음. 맛은? 당연 성공적. 왜냐? 평점을 보고 갔던 곳이기때문.. 사실 숙성회인지 몰랐는데, 숙성회였음. 회덮밥 엄청 고소하고 맛있었다. 대구탕도 시원하고... 묵호에서 맛집이라고 하니 한번 들려보세요들..~ 근데 회센터타운 근처라서 회센터에서 먹어도 나쁘지 않았을 거 같음.. 모르겠다 선택에 정답은 없으니까

 

식사하고 나와서 밤바다도 구경하고

 

6. 그렇게 우리는 밤을 불태웠다... 위의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빔프로젝터가 있어요 유투브 들어갈 수 있으니까 유투브 틀어놓고 코가 삐뚫어지게 먹었음. 막판에는 2000년대 걸그룹 노래 틀어놓고 춤추면서 놀았는데, 숙소 방음 겁나 잘됨.. 옆방소리가 하나도 안들리고 우리 소리도 안들렸는지 그 어떤 컴플레인하나 없었음. 역시 건축은 옛건물.. 요즘의 부실 공사와 차원이 다른 튼튼함인거야....

 

카라멜스테이션의 유명한 초록쇼파와 지하의 소품샵

 

7. 체크아웃이 12시까지임 카라멜스테이션의 단점아닌 단점은 체크인은 4시고 체크아웃은 12시라는 점.. 하지만 난 약속을 잘지키는 사람 우리는 10시반에 일어나 12시에 딱 맞춰서 나왔다. 다들 술에 절여져서 비몽사몽이지만 생각보다 꽤나 멀쩡한 차림새로 나온거야.. 어제 잘 보지 못했던 카라멜의 카페도 즐기고 지하의 소품샵도 즐기다가 나왔다. 서울가는 기차가 늦어서 1층의 짐 맡겨두는 곳에 짐을 두고 우린 밥을 먹으러 떠났다. 첫끼는 칼국수를 선택했는데, (힘들어서 사진찍을 생각도 못함,,,) 시장 안에 칼국수 거리가 있는건지 칼국수 집이 주루룩 있는 곳 중에 평점이 제일 높은 곳으로 갔다. 우리가 10월 1일~10월 2일 일정이었는데, 연휴전날이라서인지 아니면 목요일이 정기휴일인지 모르겠지만 주변에 문닫은 곳이 많아서 우리가 픽한 곳에 사람들이 몰려있었음. 그래서일까...? 음식이 빨리 나오진 않았지만, 맛은? 합격. 걸쭉하고 진한 맛이 나를 사로잡았던 거야. 군만두도 시켰는데 중국식 군만두가 나왔음 속이 알찬게 맛있었음. 만약 묵호에서 칼국수를 드시려면 '광식이네칼국수'를 기억해 주세요. 두친구는 맑은칼국수 시키고 나는 홍합장칼국수 먹었는데, 어차피 국물이 같은 국물이라서 똑같이 맛있었습니다.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묵호

 

8. 그리고 이제부터 문제 아닌 문제가 있었으니 우린 관광할 곳을 전혀 생각해보지 않고 나왔던 고야 뚜룹따따 정처없이 걷기 시작.. 그저 바다구경이나 실컷하자는 일념으로 걷다가, 급하게 관광지를 찾음.. 가까운 곳에 도째비골이라는 곳이 있어서 걸어서 가게됨. 사실 난 관광할 곳이 다 몰려있을거라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오산이었읍니다. 소품샵들은 오히려 숙소 근처에 있었던 거야.. 소품샵이나 책방보고 싶으신분들은 바다보다 먼저 들리고 나가시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생각없는 여행의 폐해란. 하지만 괜찮았다 우린 바빴던 지난 날을 잊고 여유를 즐기러 간거였기에.

도째비골 근처에 보낸 시간

 

9. 묵호는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가파른 길이 많다. 생각보다 관광을 위해서는 올라가야하는 길이 많음,, 무슨 마을도 있었는데 계단이 엄두가 안 나서 그냥 지나갔는데 도째비골은 그냥 경사로라서 올라가기로 합의하고 올라감^^! 근데 생각보다 그렇게 안 힘들었음. 올라가니까 사람들 비명소리가 들려서 무슨일인가 했더니 미끄럼틀 타는 체험이 있었다. 익사이팅이 필요했던 우리는 입장료와 함께 패키지로 결제갈겨.... 위로 올라가니까 전망대랑 연결되어 있었음. 몰랐는데, 도째비골 근처에 무코야선물가게도 있었다. 위치가 정말 사기급임 낭만그자체. 내부의 물건은 개인적으로는 그닥이긴했는데, 저 건물 사진찍으러 다들 가지 싶다. 위에서 바다보면서 커피도 마시고 멍때리면서 시간보내다가 미끄럼틀타고 내려옴. 한 4시쯤이었는데 우리 이제 뭐하지..? 하다가 다른 바닷가 가자는 의견에 냅다 택시를 잡아타버린 우리

그렇게 봐도 좋더라 바다

 

10. 어설픈 서칭실력으로 기사님한테 하평해변이야기했더니 거기 기찻길말고 볼거 없이 쪼그마하다고 한섬해변으로 우릴 이끌어주셨다. 기차가 9시 반 넘어에 있는데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요 물어보니 아 9시 반? 쉽지않은데, 하시면서 고민하시더니 이거저거 알려주셨음. 역시 지방 여행의 킥임. 집순이들인 우리는 너무 눕고싶었고, 해수욕장 옆에 있는 편의점에서 과감하게 돗자리 2개를 사서 모래밭에 펼쳤음. 그렇게 30분 정도 잠들었던 기억. 파도와 바람, 구름이 적당해서 너무 좋았다. 다음에는 해수욕장에 돗자리나 깔고 내내 누워있어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음. 그 바로 앞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부러울 정도였다.

한섬해수욕장에 냅다 누운 나와 너무 귀여웠던 남의집 강아지

 

11. 얼레벌레 시간을 보내고 해변도 걷고 산책하고 멍때리고, 저녁은 숙소근처 어향으로 돌아가서 먹고.. 또 시간이 남아서 숙소 1층의 초록색 쇼파에 널부러져있다가 밤기차타고 서울로 돌아왔다는 이야기. 나는 개인적으로 너무 여유있고 여유 즐기러 간다는 그 취지에 적합한 여행이었는데 나머지 두아이들은 어땠을지 모르겠다. 재밌었을까.. 힘들었을까.. 좀더 계획하고 갈껄 싶은 약간의 미안함과 아쉬움이 있었지만 시원한 공기 탁트인 풍경 적당한 규모가 좋았던 묵호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