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국 주어진 이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미래를 결정한다.
권수는 세권이나 권별로 쓸 리뷰는 없어서 그냥 퉁으로 적는다.
대단한 문학성이나 교훈을 가진 책은 아니지만 담백하고 공감가는 리얼리티가 있다
회귀니 뭐니 회피성 판타지가 만연한 요즘 컨텐츠들 속에서 현실성만으로 경쟁력을 갖춘 훌륭한 소설이라 생각한다.
총 3권으로 나뉘어져있고 나이대별로 구분이 되어있다. 1부 50대 김부장, 2부 20말 30초 직장인 초년생 3부 30말-40중반대 과장급의 이야기로 보면 될거 같다. 김부장은 단순하다. 어떻게 50년을 살아가면서 그토록 하나만 볼수있을까 싶을정도로 단순하다. (근데, 돌이켜보면 지난 시간 만났던 변하지 않는 상사하나가 떠올라 어쩌면 그녀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긴 하겠다 싶었다. 한자리에서 변함없이 하던 일만 하면 적당히 보상이 돌아오는 삶) 그게 작가가 혼자 관찰하고 혼자 판단한 면만 있는 탓도 있겠지만, 어찌되었든 ‘일’ 하나만 열심히 해내기도 벅찬 인간에게 일만하는 건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경고를 준다. 물론…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고, 방법을 모르는 것도 아니겠지만
2부는 막 초년생이 된 사원과 대리급의 이야기이다. 개인적으로 뻔하고, 흔한 요즘 젊은 세대의 생각과 이야기라고 느꼈지만, 개인적으로 굉장히 부러운 때라고 생각한다. 학력도 특출한 재능도 특기도 없는 나에게 대기업 입사라는 그 커리어 한 줄이 얼마나 부러운지. 내가 10대때 방황하지 않고 집요하게 공부했다면 그래서 좋은 학력과 좋은(?) 일자리에 갔다면 지금같이 자리를 헤매면서 일을 하는 건 없었을까.. 혹은 오히려 더 빨리 세상에 질렸을까, 그건 이제 알 수 없는 일이 되었지만. (고민도 할 수 있는 시기라는 게 있는 거 같다. 나는 그런 시기를 놓친 거 같다는 느낌을 요즘 받는다.)
3부는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과장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20-30대 시절의 이야기가 잘 담겨있다(지나온 길이 자세하다) 작가가 은근하게 ‘난 성실하고 열심히, 허황되지 않게 살았어. 그렇게 살아야 하지 않겠어?’ 같은 교조적인 태도를 깔고 있었어 잘 안 읽히긴 했지만, 그 말자체에는 틀림이 없고 심지어 돈 아낄려고 임장다닐때 40키로미터씩 걷고 맨날 3000원짜리 한솥도시락 먹었다, 새벽 4시반에 일어나서 첫차타고 출근하는 광기 어린 장면들을 보면서 저정도 독기는 있어야만 회사도 다니고 글도 쓰고 부동산으로 돈도벌고 할 수 있구나하고 반성했음. 송과장의 짧막하지만 굵게 적힌 ‘노력’과 열심, 성실의 사례를 보면 내가 해온 근면성실은 그저 일상을 규칙적으로 살아온 것 이상의 의미는 없음을 처철하게 깨닿게 한다. 내가 내 노력에 비해 큰걸 바라고 있었구나 현실 자각만 했음
난 요즘 스스로 느끼기에 인생 2막의 전환기에 와있다고 생각한다. 35살, 약 14-15년의 사회경력 속에 내가 얻은건 현금 9천만원 정도와 남자친구, 2017년식 아반떼 중고차 뿐이다. 20대의 나는 김부장이었다. 그냥 열심히 일하면 보상이 오는 줄 알았다. 7년을 제자리에 머물고, 세상은 날 두고 앞서가고 있음을 깨달았을때 나를 덮쳤던 건 적막함이었다. 그 폐허와 같은 절망감은 잊혀지지 않는다. 운이 좋아서 다른 일을 하게 되었지만, 상황은 여전히 비슷하다. 날 이끌어주는 선배는 없고 다 스스로 헤쳐가야만 한다. 이제는 그것이 그냥 나의 운인 것을 어느 정도 받아들였다. 어짜피 이용당해야 한다면, 누구에게 이용당할 건지 정도는 내가 정하고 싶다는 정도는 바람이다.
나는 송과장처럼 독기어리게 살 수 없다. 왜냐면 난 아직 삶의 목표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도 난 내 삶의 주체적인 목표를 가지지 못했다. 그래서 자주 헤매고 길을 잃고 혼란해하고, 그래서 답을 찾으려 애쓰고 방향을 잡으려고 노력한다. 나는 스스로 느끼기에 또래에 비해 한 발자국씩 늦는 사람이지만 그래서 더 깊고 명확하게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헤맨만큼 나의 땅이라는 말이 있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 나는 헤매고 길을 잃고 혼란해 하면서 또 답을 찾고 고민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살 것이다. 내가 실패하는 만큼 다 나의 것이 될 거 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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